단풍을 초록색이 빠지고 속에 있던 색이 드러나는 현상으로만 설명하면 노란 잎과 빨간 잎의 중요한 차이를 놓친다. 노란색·주황색에 관여하는 카로티노이드는 잎에 이미 있던 색소다. 가을에 초록 엽록소가 줄면 더 잘 보인다. 반면 붉은색을 만드는 안토시아닌은 가을에 새로 생산될 수 있다. 둘 다 단풍이지만 색이 나타나는 경로가 완전히 같지는 않다.
여름에도 노란 색소는 있었다
미국 국립공원청의 단풍 안내는 짧아지는 낮과 서늘한 날씨에 따라 낙엽 식물이 엽록소 생산을 늦추고, 잎 속 다른 색소가 눈에 띄는 과정을 설명한다. 엽록소는 광합성에 관여하며 많은 잎을 초록색으로 보이게 한다. 그 초록이 강하던 시기에는 노랑·금색·주황을 만드는 카로티노이드가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었다. 노란 단풍은 나무가 갑자기 노란 물감을 외부에서 얻은 결과가 아니다.
빨간색은 가을에 더 만들어질 수 있다
하버드 아놀드 수목원에 실린 식물학자 Andrew L. Hipp의 설명은 엽록소 분해로 카로티노이드가 드러나는 과정과 안토시아닌 생산 증가를 나눠 다룬다. NPS의 별도 안내도 붉은 안토시아닌이 만들어지는 데 햇빛과 잎 속 당이 관여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모든 단풍을 ‘원래 숨겨져 있던 빨강이 나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잎이 초록색을 잃는 과정과 새 색소를 만드는 과정이 함께 일어날 수 있다.
떨어질 잎에 왜 새 색소를 만들까
가을의 잎에서는 자원 회수도 진행된다. 수목원 설명에 따르면 나무는 엽록소를 분해하고 질소 등 재활용할 수 있는 성분을 회수한다. 붉은 색소가 이 시기의 잎을 햇빛으로부터 보호하거나 곤충과의 관계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들이 있다. 다만 이를 모든 나무에 적용되는 단 하나의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새 색소의 생산과 그 진화적 이유는 서로 다른 질문이다.
같은 나무에서도 햇빛을 직접 받은 잎과 그늘의 잎은 색이 다를 수 있다. 잎 속 당, 밤 기온, 수분 등 여러 조건이 색과 선명도에 영향을 준다. 오늘 본 노란 잎을 빨갛게 되기 전의 미완성 단계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종과 조건에 따라 노란색으로 가을을 마치는 나무도 있다. 산책하며 두 색을 비교할 때는 ‘초록에 가렸던 색’과 ‘가을에 새로 만든 색’을 구분해 보면 같은 풍경에서도 다른 과정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