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CPTPP에 올해 가입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내 신청을 추진하지 않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을 청와대가 10월 8일 공개했다. 다만 이 결정은 가입 검토 자체를 없애거나 이미 참여한 협정에서 탈퇴한다는 뜻이 아니다. 공식 브리핑은 농어민과 충분히 대화하면서 가입 문제의 검토를 이어가겠다고 설명한다.
바뀐 것은 올해 신청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방향
강유정 수석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지난 화요일 국무회의에서 가입 관련 보고와 토의가 있었다. 11월 CPTPP 장관회의에서 한국의 가입 문제가 논의되려면 10월 중순까지 공청회 개최 계획을 관보에 공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는 회의에서 제시된 일정상의 의견이다. 그 시각까지 신청이 법적으로 확정됐거나 가입이 자동으로 성립한다는 발표가 아니다.
이후 대통령은 관련 부처가 연내 가입 신청을 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부처에는 날짜를 먼저 정해 놓기보다 농어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계속 대화하라는 취지도 전달됐다. 따라서 이번 소식을 읽을 때 중요한 구분은 ‘올해 신청하지 않는다’와 ‘앞으로도 가입을 검토하지 않는다’이다. 브리핑에 적힌 결정은 전자이며, 후자까지 선언한 자료는 아니다.
왜 농어민과의 신뢰가 먼저인가
청와대는 통상정책이 국민의 생활과 연결되는 만큼 농어민과의 신뢰와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국제 통상질서 변화 속에서 CPTPP를 중요한 선택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대외 경제협력의 필요성과 영향을 받을 국내 당사자와의 소통을 어느 순서로 진행할지가 이번 지시의 중심이다.
브리핑에는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의 국회 비준 때 약속했던 농어촌상생협력기금도 등장한다. 목표 1조 원 가운데 부족한 7천억 원을 정부 재정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자료는 재원 확보 방침을 설명한 것이므로 이미 돈이 전부 지급됐다거나 개별 농어민에게 특정 금액이 바로 돌아간다고 읽어서는 안 된다. 지급 대상·시기·방식까지 이번 발표로 확정하지 않는다.
CPTPP는 무엇이고, 한국은 어느 단계인가
협정 당사국인 뉴질랜드의 외교통상부는 CPTPP를 12개 경제권이 참여하는 자유무역협정으로 소개한다. 뉴질랜드·호주·브루나이·캐나다·칠레·일본·말레이시아·멕시코·페루·싱가포르·영국·베트남이 목록에 있다. 한국은 이 현재 당사국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번 신청 보류를 협정 회원국 지위를 포기하는 탈퇴와 혼동할 수 없다.
협정은 상품 관세만이 아니라 서비스·디지털 교역, 지식재산, 노동·환경 분야 등도 다룬다. 뉴질랜드가 설명하는 자국 수출상의 효과를 한국의 확정 이익이나 손실 수치로 그대로 가져올 수도 없다. 한국이 어떤 조건으로 참여할지, 어떤 국내 분야에 영향을 줄지는 별도의 검토와 협의가 필요한 문제다. 이번 기사에서는 개별 업종의 피해 규모나 가격 변화를 추산하지 않는다.
지금 확인할 답은 분명하다. 올해 가입 신청을 하지 않도록 하는 지시는 공개됐고, 농어민과의 대화를 우선한다는 방향도 제시됐다. 하지만 내년 신청 날짜나 최종 가입 여부는 이 브리핑에 확정돼 있지 않다. 관련 논의를 지켜보는 독자는 신청 일정과 실제 가입 결정, 재원 확보 계획과 집행 결과를 각각 나누어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