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구긴 종이를 펴서 다시 구기면 주름은 계속 같은 양만큼 늘어날까. 눈으로 보면 접힌 자국이 뒤엉켜 규칙을 찾기 어렵지만, 연구자들은 새로 더해지는 주름의 길이가 반복할수록 느리게 늘어나는 현상에 주목했다. 하버드 연구진의2021년 논문은 그 이유를 주름선 자체보다 선 사이의 평평한 면에서 찾았다. 구김의 무질서 속에서도 면이 쪼개지는 과정에는 통계적 질서가 있다는 설명이다.
선의 위치는 제각각, 전체 길이에는 규칙
하버드 SEAS가 소개한 앞선2018년 실험은 얇은 Mylar 필름을 여러 번 구기고 펴는 방식이었다. 이 필름은 일반 종이와 비슷하게 주름이 생기지만 실험 재료가 종이였다고 바꿔 쓰면 안 된다. 필름마다 만들어진 주름의 모양은 달랐으나 전체 주름 길이는 구긴 횟수에 대해 로그 형태로 증가했다. 반복 횟수가 늘어날수록 추가되는 길이가 작아지는 관계를 뜻한다.
무작위처럼 보이는 무늬가 매번 같은 그림을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개별 자국의 좌표를 예언하는 대신 전체 길이라는 집단적 양을 살폈다는 점이 핵심이다. 어느 선이 다음에 정확히 생길지와, 새 주름이 대체로 얼마나 더해질지는 서로 다른 질문이다. 연구팀이 설명하려 한 것은 후자의 규칙이었다. 같은 정도로 다시 압축하는 조건에서도 두 질문을 구분해야 결과를 이해할 수 있다.
주름 사이의 면을 손으로 따라 그렸다
2021년 연구에서는 기존 주름 사이에 남은 평평한 영역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추적했다. 하버드 설명에 따르면 복잡한 자국의 잡음 때문에 자동 알고리즘으로 영역을 분리하기 어려웠고, 제1저자 조바나 안드레예비치가 주름을 직접 따라 그렸다. 필름 한 장을 처리하는 데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리기도 했다. 대표 이미지는 이처럼 면을 구분한 연구 도해이지 오늘 새로 촬영한 구긴 종이 사진이 아니다.
영역의 변화를 비교하자 큰 면이 여러 작은 면으로 나뉘는 모습이 드러났다. 여기서 ‘분해’는 종이가 찢겨 조각으로 떨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 장 안에서 주름이 경계가 되어 평평한 부분을 더 잘게 나눈다는 뜻이다. 바위가 작은 조각으로 부서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분할 이론을 구김에 연결한 이유도 이러한 크기 변화에 있다. 원래의 재료와 비유를 같은 물리적 사건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면이 작아지면 다음 구김에 대응하기 쉬워진다
논문이 제시한 핵심은 되먹임 구조다. 면들이 작아지면 필름이 변형에 더 잘 순응하고, 그 결과 이후에 새 면으로 분할되는 비율이 낮아진다. 이번 구김이 바꾼 면의 크기 분포가 다음 구김의 변화를 다시 결정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모델로 표현해 전체 주름 길이가 로그 형태로 증가하는 관측 결과를 설명했다. 이미 쌓인 주름이 다음 손상의 속도에 영향을 주는 셈이다.
연구에 사용된 자료는24개의 분할된 주름 무늬였고 압축 비율과 반복 횟수가 다른 조건을 포함했다. 모든 무늬를 동일한 사진처럼 취급하거나 단 한 장의 그림에서 결론을 낸 것은 아니다. 다만 이는 특정 얇은 필름의 실험 자료와 수학적 모델을 연결한 결과다. 집의 복사용지, 코팅지, 젖은 종이 등 모든 재료에 같은 수치를 그대로 적용하는 보편 공식으로 제공한 연구는 아니다.
‘더 구기면 안 구겨진다’는 결론은 아니다
증가가 느려진다는 것과 주름이 더는 생기지 않는다는 것은 다르다. 이 연구의 답은 일정 횟수 뒤 필름이 완전히 보호되거나 손상이 사라진다는 보장이 아니다. 논문도 압축 정도에 따른 분석의 한계와 재료 두께에 가까운 작은 면에서 이론의 단순한 가정이 달라질 가능성을 다룬다. 결과를 읽을 때는 ‘새 길이가 덜 더해진다’와 ‘아무 변화가 없다’를 나눠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설명은2021년3월5일 공개된 논문과 같은 달9일의 대학 소개를 바탕으로 한 생활 속 과학 해설이다. 최근 새 발견이나 현재 유행으로 소개한 것이 아니다. 익숙한 구김에서 놓치기 쉬운 답은 자국이 많아진다는 관찰만이 아니라, 자국 사이의 면이 작아져 다음 변형을 바꾼다는 연결이다. 무늬가 복잡하다는 사실이 규칙까지 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