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떨어진 밤이나 도토리를 보면 ‘이미 땅에 떨어졌는데 가져가도 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생긴다. 답은 바닥에 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주인 없는 열매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남의 산에서 임산물을 가져가려면 산주 등의 동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나무에 달린 열매를 따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무에서 떨어져도 소유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102조는 천연과실이 원물에서 분리되는 때에 이를 수취할 권리자에게 속한다고 정한다. 열매가 나무에서 떨어져 별개의 물건이 돼도, 그 열매를 받을 권리는 남아 있는 셈이다. ‘주인이 현장에 안 보인다’와 ‘누구의 것도 아니다’는 다른 이야기다. 떨어진 열매라는 사실만 보고 임의로 가져가도 된다고 판단할 수 없다.
대전시가 2024년 공개한 산림 안내도 도토리·밤·버섯을 불법 채취 단속 대상에 포함하고, 본인 소유가 아닌 산림에서 허락 없이 채집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버섯을 캐거나 나뭇가지를 꺾는 행동만이 아니라, 도토리와 밤을 가져가는 경우도 채취 동의를 확인할 대상이다.
국유림도 ‘누구나 가져가는 산’은 아니다
국가가 관리하는 산이면 괜찮을까. 동부지방산림청이 10월 2일 공개한 자료에는 전날 평창 일대 국유림에서 합동단속을 실시한 사실이 적혀 있다. 밤·잣 등 열매가 분포한 산림을 중점 구역으로 삼았으며, 버섯류·수실류 불법 채취도 점검 대상이었다. 국유림이라는 이름이 산물을 누구나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다는 허용을 뜻하지 않는다는 실제 사례다.
이 단속은 9월 14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 중인 가을철 집중단속의 일환이다. 산림청은 산주 등의 허가 없이 임산물을 불법으로 채취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산림자원법 제73조 제1항의 산물 절취 법정 상한은 징역 5년 또는 벌금 5천만원이다. 이는 모든 낙과 줍기에 최고형이 자동 부과된다는 뜻은 아니다.
봉투를 꺼내기 전에 확인할 것은 열매의 주인
산에 들어갈 수 있는지와 열매를 가져갈 수 있는지는 별개로 확인하자. 사유림에서는 산주에게, 관리되는 숲에서는 관리기관에 채취가 허용되는지 먼저 물어볼 일이다. 허용 범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바닥에 떨어진 열매도 임의로 가져가지 않는 것이 맞다. 가을 산에서 밤송이를 발견했을 때의 첫 기준은 ‘떨어졌나’가 아니라 ‘가져가도 된다는 동의를 받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