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열었더니 매끈하던 꿀이 뿌옇게 변하고 바닥에는 알갱이가 생겨 있다. 상했거나 설탕을 섞은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기 쉽지만, 결정만 보고 그런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꿀 안에 있던 당이 액체에서 분리돼 작은 결정으로 자라는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결정화’와 ‘보관 중 생긴 다른 이상’을 같은 말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물에 녹아 있던 포도당이 결정을 만든다
서던크로스대학교의 꿀 결정화 자료는 꿀을 여러 종류의 당과 물로 설명한다. 당을 계속 녹인 상태로 유지하기에는 물이 충분하지 않아, 조건이 맞으면 결정이 생기고 액체가 점차 단단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National Honey Board도 꿀 속 포도당이 액체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새 물질이 갑자기 들어간 것이 아니라 원래 들어 있던 성분의 상태가 달라지는 셈이다.
결정화 속도는 모든 꿀에서 같지 않다. 대학 자료에서는 포도당 비율, 수분, 온도, 꽃가루나 밀랍 같은 작은 입자가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특히 입자는 결정이 자라기 시작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꽃의 종류가 달라 당의 구성도 달라지므로 한 병은 오래 액체로 남고 다른 병은 빨리 굳을 수 있다. 어제 산 꿀과 오래 보관한 꿀의 모습이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품질 순위를 매기기 어렵다.
굳었다고 가짜도, 진짜 인증도 아니다
서던크로스대학교는 결정화가 꿀이 상했다는 뜻은 아니라고 명시한다. 그렇다고 ‘굳으면 진짜 꿀’이라는 인증법으로 거꾸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National Honey Board는 진위 판별에는 여러 과학적 검사를 함께 쓰는 것이 가장 믿을 만하다고 안내한다. 결정이나 색, 집에서 해 보는 한 가지 요령을 상품 성분 검사 결과처럼 취급하지 않는 것이 이 설명을 읽는 방법이다.
‘결정화 자체가 부패는 아니다’는 설명은 보관 상태와 관계없이 모든 꿀이 영원히 안전하다는 보증도 아니다. National Honey Board는 밀봉해 보관한 꿀도 시간이 지나며 색·향·맛이 달라질 수 있고, 실용적인 품질 기간으로 흔히 2년을 안내한다고 설명한다. 상태가 의심되면 버리고 새 제품을 쓰라는 권고도 함께 한다. 결정의 유무만으로 다른 이상까지 괜찮다고 판정할 수는 없다.
다시 흐르게 하려면 천천히 따뜻하게
액체 상태로 쓰고 싶다면 꿀병을 따뜻한 물에 두고 결정을 천천히 풀 수 있다. 대학 자료는 직접 불에 올리는 방식 대신 물을 이용한 가온을 설명하고, 꿀 안으로 수분이 들어가지 않게 하라고 안내한다. 가열 온도와 시간이 지나치면 향과 색 등 품질이 달라질 수 있어 온도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자료의 상한 안내는 45도이며, 끓여야 결정이 풀린다는 뜻이 아니다.
기관별로 전자레인지 사용 안내에는 차이가 있어 모든 병에 같은 초 단위를 적용하는 요령으로 정리하지 않았다. 이 기사에서는 공통으로 제시하는 따뜻한 물 가온을 중심으로 읽는다. 결정을 없애는 과정은 진위 검사나 살균을 보장하는 절차가 아니라 질감을 바꾸는 과정이다. 반드시 다시 묽게 만들 필요도 없다. National Honey Board는 결정화된 꿀을 떠서 토스트에 바르거나 차에 넣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흘러내리지 않는 질감이 오히려 쓰기 편한 음식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