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어두운 틈에 팔을 넣어 먹이를 찾을 때, 만진 것이 먹을 것인지는 어떻게 알까. 빨판은 붙잡는 장치인 동시에 표면의 화학 물질을 감지하는 감각 기관이다. 이른바 ‘만져서 맛보기’다. 하버드 연구진은 2020년 접촉미각 수용체를 설명했고, 2025년에는 미생물이 내놓은 물질이 먹이와 알을 고르는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실험했다. 입에 넣어 본 뒤 고르는 것만이 문어의 감각 세계는 아니다.
바닷물에 퍼진 냄새와 표면에 붙은 단서는 다르다
2020년 연구는 빨판 세포에 있는 수용체가 물에 잘 녹지 않는 분자에 반응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표면을 만져야 얻기 쉬운 신호다. 돌인지 게인지 촉감만 느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접촉한 대상의 화학적 단서도 함께 얻는다는 설명이다. 사람의 혀에서 느끼는 맛을 그대로 팔에 옮겨 놓았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진은 분리한 수용체를 다른 세포에 넣어 어떤 물질이 반응을 일으키는지 시험했다. 이어 같은 물질을 수조 바닥에 놓았을 때 문어가 반응하는지도 관찰했다. 눈앞의 물체를 보고 추측한 결과만이 아니라 수용체와 행동을 연결한 것이다. 팔의 신경계가 뇌와 일부 독립적으로 작동한다는 특성도 이런 탐색에 관련된다.
맛보는 대상에는 미생물이 남긴 신호도 있다
2025년 연구는 무엇이 문어에게 의미 있는 표면인지부터 살폈다. 실험실의 California two-spot octopus는 살아 있는 게를 먹었지만 부패한 게는 피했다. 어미는 알을 돌보면서 일부 죽거나 수정되지 않은 알을 밖으로 내보냈다. 연구진은 이런 대상들의 표면에 있는 미생물 군집과 이들이 내놓는 물질을 조사했다.
관찰만으로 끝내지 않았다. 어미가 버린 알에서 발견되는 세균이 만든 특정 물질을 가짜 알에 묻혀 둥지에 넣었다. 어미는 그 알을 잠시 손질한 뒤 알 무리에서 내보냈다. 모양은 가짜 알이었지만 표면에 놓인 화학적 신호가 반응을 바꾼 장면이다. 공개 영상에는 어미가 물을 내뿜는 기관으로 알을 밀어내는 모습이 담겼다.
이 실험이 문어가 모든 부패나 모든 병원체를 완벽히 판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조사한 종과 물질, 실험 조건에서 특정 수용체의 반응과 행동을 연결한 결과다. 또 미생물은 문어 몸속에 사는 것만이 아니라 게의 껍질과 알 표면에도 있다. 주변 표면의 미생물이 만든 정보를 동물이 활용할 수 있다는 발견이 핵심이다.
빨판을 보는 방식이 달라진다
문어의 팔을 여러 개의 집게처럼만 보면 놓치는 부분이 있다. 팔은 틈새를 더듬고 물체를 잡는 동시에 접촉한 표면의 정보를 모은다. 같은 게 모양이어도 표면에서 얻는 단서는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팔로 맛본다’는 표현은 기묘한 별명이 아니라, 손과 혀를 따로 생각하는 사람의 감각으로는 낯선 탐색 방식을 설명하는 말이다.
이 글은 2020년과 2025년 원문을 바탕으로 한 에버그린 설명이다. 오늘 새 연구가 발표됐다고 포장하지 않았다. 대표 사진은 해당 연구 소개에 실린 실제 문어 사진이며, 가짜 알 실험 장면 자체를 찍은 사진은 아니다. 문어가 입에 넣기 전 어떤 정보를 얻는가라는 질문에, 빨판과 표면 물질의 관계로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