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뒤 올라오는 흙냄새를 맡으면 빗물에 원래 그런 향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은 땅에 있던 성분이 어떻게 코에 닿는 공기까지 올라오느냐다. MIT 연구진은 흙에 떨어진 물방울 안에서 생기는 작은 기포가 터지며 미세한 물방울을 내보내는 과정을 촬영했다. 이 과정을 흙냄새가 퍼질 수 있는 전달 경로로 제안했다.
빗방울 아래에 공기가 갇힌다
2015년 발표된 Young Soo Joung·Cullen R. Buie의 논문은 물을 받아들이는 다공성 표면에 물방울이 닿는 순간을 고속 카메라로 관찰했다. 물방울이 납작하게 퍼질 때 접촉면에 공기가 갇혀 기포를 만든다. 물이 표면으로 스며들고 기포가 물방울의 공기 경계에 닿으면 터지면서 작은 물기둥이 솟는다. 그 물기둥이 다시 쪼개져 공중에 떠다닐 수 있는 미세 물방울이 된다. 논문의 도표는 이 순서를 생성·성장·파열로 나눈다.
물이 튀었다는 것과 성분이 옮겨졌다는 것은 다르다
연구진은 표면에 형광 염료를 넣은 실험도 했다. 방출된 미세 물방울에서 염료를 확인해 표면의 물질이 함께 이동할 수 있음을 보였다. 단순히 맑은 물만 튀는 현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특정 향 성분을 맡는 사람의 후각까지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다. 흙냄새를 뜻하는 페트리코르가 이 경로로 퍼진다는 설명은 연구진이 제시한 가설로 구분해야 한다.
폭우가 반드시 더 많은 냄새를 보내지는 않는다
MIT의 연구 설명에 따르면 실험에서는 약하거나 중간 정도의 비를 모사한 조건에서 미세 물방울이 더 많이 나왔고, 강한 비에 해당하는 빠른 충돌에서는 적게 나왔다. 충돌 속도뿐 아니라 표면이 물을 빨아들이는 성질도 중요했다. 빠르게 떨어진 물방울은 내부 기포가 만들어질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비의 양만 보고 흙냄새의 세기를 정할 수는 없다.
이 결과는 비 온 뒤 느끼는 모든 냄새를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는 법칙이 아니다. 땅의 재질, 충돌 조건, 실제 향 성분과 공기의 흐름은 서로 다른 요소다. 산책 중 맡은 향을 이해할 때는 ‘물 자체의 향’과 ‘흙의 성분을 공기로 옮기는 과정’을 나눠 생각하면 된다. 오래된 연구가 보여준 흥미로운 답은 거대한 빗방울보다 그 안에 생긴 작은 기포가 전달 과정의 열쇠일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