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껍질을 벗길 때 엉켜 나오는 수염은 알과 따로 자란 장식이 아니다. 위스콘신대학교 Corn Agronomy 안내에 따르면 이삭 안의 알이 될 씨방마다 자기 수염이 하나씩 생긴다. 그 수염은 꽃가루를 받는 암꽃 부분이다. 수백 가닥이 한꺼번에 밖으로 뻗어 나온 모습은 수백 알이 될 자리의 길이 모인 셈이다.
한 식물 안에서도 꽃의 자리는 나뉜다. 위쪽 수꽃이 꽃가루를 내고, 이삭 쪽 수염이 이를 받는다. 바람에 실린 꽃가루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염 위에 내려앉으면 발아해 꽃가루관을 만든다. 관은 수염 안을 따라 씨방 쪽으로 자라 수정으로 이어진다. 수염이 이삭 전체를 위한 한 다발의 공용 빨대처럼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꽃가루가 충분히 생겨도 타이밍이 어긋나면 알이 고르게 차지 않을 수 있다. 수염이 늦게 나오는데 꽃가루 날림이 먼저 끝나 버리는 경우다. 위스콘신 자료는 이삭 밑부분의 수염이 먼저, 끝부분 수염이 나중에 나온다고 설명한다. 겉에 수염이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씨방의 수정까지 끝났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작은 텃밭에서 옥수수를 한 줄로 길게 세우는 것보다 몇 개의 짧은 줄을 묶어 심으라는 안내에도 이 과정이 관련된다. 뉴햄프셔대학교 Extension은 바람이 수꽃의 꽃가루를 수염으로 옮기기 때문에 덩어리 형태의 배치가 성공적인 수분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한다. 실제 재배는 품종·기후·토양 조건도 함께 따라야 한다.
수염은 수정 뒤의 변화를 확인하는 단서도 된다. 위스콘신의 수분 확인법은 성공적으로 수정된 씨방의 수염이 며칠 안에 떨어지는 성질을 이용한다. 껍질을 조심히 벗겨 가볍게 흔들었을 때 떨어지는 비율로 진행 상태를 살피는 방식이다. 아직 수정되지 않은 씨방에는 수염이 붙어 있을 수 있다.
수염 수와 실제 여문 알 수를 곧바로 같다고 셀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염은 알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리의 구조이고, 그 뒤에 수분·수정과 발달 과정이 남는다. 먹기 전 귀찮게 떼어 내던 가닥을 다시 보면, 옥수수 한 이삭은 하나의 덩어리보다 여러 알이 각자 꽃가루를 받아 자란 결과에 가깝다.